민노당 vs 문국현

민노당이 문국현에게 포문을 열었다.
문국현의 노선이 민노당 입장에선 굉장히 거슬리는 바, 민노당의 문국현 비난은 지극하게도 당연한 수순이긴 하지만, 바로 이 당연한 수순이 문제이다.

민노당은 아직 계급투쟁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들리아르는 1970년에 쓴 소비의 사회라는 책에서 이 시대는 모든 사회가 소비의 원리로 돌아가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 소비 마인드의 영향력은 너무나 어마어마해서, 우리의 사회관, 국가관을 비롯한 대다수의 관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언론, 학교 교육에까지 소비의 관점을 통해 보고 있으며, 나아가 종교마저도 소비의 관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결과 언론 기사, 선생님들의 교육이나, 스님의 설법, 목사의 설교마저도 Give and Take의 단순한 도식에 끼워맞춰진다.
이러한 소비자의 시선은 이전에 존재하였던 계급적 관점마저도 침몰시켰다. 기업과 개인의 관계를 보더라도 과거의 착취-피착취의 도식보다는 공급-수요의 도식이 지금의 우리에게는 훨씬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FTA에 대한 시각이다. 우리가 피착취자의 입장을 취한다면, FTA에 대해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옳다. 경제구조가 커짐에 따라 계급관계 역시 커지고 그 결과 소수의 가진 자는 이익을 보는 반면, 다수의 노동자들은 이익을 보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FTA는 더 다양한 제품들이 보다 저렴하게 들어오기 때문에 이득이 된다. FTA에 관한 기사의 글들만 봐도 우리가 얼마나 소비지향적인지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소비자의 시각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며, 어느 쪽이 더 비중이 큰지는 차차 연구해봐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소비적 관점이 정치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민노당은 "노동"의 당이며, 착취-피착취의 계급관을 받아들인 가운데 피착취자, 프롤레타리아의 권익 향상을 도모하는 정치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문국현이 가진 패러다임은 계급투쟁과는 완전히 다른 시각이다. 문국현은 기업-소비자 관계의 패러다임을 갖고 있으며 스스로 양심적인 기업가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다. 정책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는 양심적인 정부의 이미지로 직결될 수 있으며, 이 점이 문국현이 설득력을 지니는 점이다. 어느 쪽의 시각이 전적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일반인들에게는 문국현이 민노당보다는 더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민노당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이 계급적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노동자의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던가, 아니면 아에 당의 성격을 변화시켜서 민노당의 정책이 더 소비하고 싶게끔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민노당은 시작이 잘못된 것 같다. 그들은 문국현이 FTA에 찬성을 하면서도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이유 마저도 감을 못잡고 있는 것 같다. 양심적인 기업가의 이미지 자체를 허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노당이여... 살아남으려거든 설득하라.

by 선리기연 | 2007/10/01 17:58 | 트랙백 | 덧글(0)

구라쟁이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요즘 학력위조가 대히트이다.

뭐 사실 이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기도 하지... 나도 학력 이야기 나오면 찔릴만한 사람 좀 아는데... 솔직히 학력 위조 쉬운 일이잖아. "어 에 에 거기 뉴~욕에서 좀 놀았고" 뭐 그러다 보면 학력위조 되는 거지 뭐...
그래도 난 이 사건이 신정아님 하나로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줄줄줄 걸려 나오는데 사이즈가 장난이 아니다.
신정아, 윤석화, 장미희, 이창하, 심형래, 최수종, 최화정, 주영훈 등등등등등등등! 이루 언급하기가 귀찮을 정도다.
신정아에서 형성된 태풍이 연예계를 직격한 것이다.


[손대면 토~옥 하고 터질것만 같은 그대~]

너무 매몰찬 건 아니냐 하는 의견도 많이 있다. 어떤 기사에 달린 리플에는 "최수종이 외대 안나왔다고 말했어도 어차피 떳을 것인데 왜 이러느냐?" 하는 리플도 있더라. 떴을 수 있겠지.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문제는 "최수종이 거짓말을 했다!"는 거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없이 착해보여서 드라마에서도 욕한마디 안하고 건전해 보이기 짝이 없는 바로 그 최수종님, 이미지 만으로는 국민배우 안성기를 위협하는 최수종님이 말이야...
(근데 CF는 왜 요상한 것만 찍었을까... 이미지 좋을 때 많이 좀 벌어두지...)


[대조영님께서 구라쳤다는게 문제다]
이미지 출처- KBS 대조영 홈페이지

배우라는 게 이미지를 먹고 사는 직업이라는 건 다들 알고 있지 않은가? 사실 이미지 구린 사람이 학력 위조 했다고 해봤자 이정도로 지탄을 받지는 않는다. 하긴 이미지 구린 분들은 학력 위조 하지도 않더라...

이런 이미지와 현실의 부조화에 걸려든 또다른 사건이 정준하 호스테스 사건이다. 정주나 안정주나 정주는 정준하 이미지가 어디 좀 좋았어야지... 준하님에 대한 호감이 도를 넘어서, 훈남 정준하가 술장사 한다고 했더니 오히려 술장사에 대한 이미지마저 좋게 만든 게 정준하님 아니던가? 하지만 호스테스는 용서가 안되잖아?
물론 개인적으로 정준하님이 영업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말을 믿고 싶다. 하지만 이미지 업계라는 게 그런 게 통하는 업계가 아닌 게 현실이다.


[악역 연기의 지존에 등극하신 김정태님, 만약에 김정태님이 호스테스 데리고 술집 경영한다면 감히 뭐라 했겠는가]
이미지 출처 - MBC Dr.깽 홈페이지

하지만 이번 학력위조 폭풍을 접하면서 어딘가 허전한 게 사실이다.
사고 치고 잠적했던 연예인들이 슬그머니 복귀하듯이, 이번에 걸려든 연예인들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복귀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학력위조가 밥줄을 막아버려야 할 정도로 큰 잘못은 아니다. (나도 대조영 계속 보고 싶다.) 하지만 이런 사건 뒤에 우리가 얼마나 쉽게 망각하는지가 두려운 것이다.


[여기 계신 분들이 친 사고에 비하면 학력위조 쯤이야...]
이미지 출처 - 대한민국국회 홈페이지

우리가 너무나 빨리 분노하는 건 아닌가? 그리고 너무나 빨리 잊어버리는 건 아닌가? 왜 대한민국에서 가장 깨끗하고 순결해야 할 분들을 우리는 너무나 쉽게 포기하는 것일까?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이야말로 사소한 거짓말로도 밥줄을 막아버려야 하는 분들 아니던가? (물론 이회창님은 우여곡절 끝에 밥줄이 막히신 듯 하다.)
이 사회를 움직여 나갈 분들에게 연예인들보다도 더 가혹하게 좋은 이미지의 잣대를 강요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by 선리기연 | 2007/09/17 20:59 | 트랙백 | 덧글(0)

2차 디워대전

또 싸우기 시작했다. 이제 무대는 미국이다.

사실 바뀐 건 하나도 없다. 어차피 미국에서도 디워 내용 비었다느니 연기 짝친다느니 하는 부분은 욕을 먹는거고, 그래픽 좋다 하는 부분은 호평을 받는거다. 한국에서도 디워 그래픽 안좋다고 말한 사람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내용이나 연기는 다들 봤잖아 왜이래?
하지만 우리 용감한 네티즌 전사님들께서는 오늘도 구밀복검을 장렬히 뽑아들고 돌진하신다. 예전에는 네이버 엠파스에서만 싸우더니 이젠 IMDB에까지 진출해서 한마디씩 하신다. 내 입장이야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이 싸움구경이라고 "정말 영화 한 편 가지고 이렇게 치열하게 싸울 수도 있구나" 하며 신기한 표정으로 즐기는 편이다.


[D-War 미국판 포스터 "They've made our world their battleground"라는 카피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디워의 CG는 할리우드 뺨칠 정도의 작품이었다. 미국 외의 국가에서 이정도 수준의 CG를 갖춘 영화가 나온 적이 있었던가? 이제 알맹이만 좀 잘 채워넣으면 한국 영화의 미국 진출도 꿈은 아니겠지. 하지만 이놈의 알맹이가 없다는 게 문제 아닐쏘냐!
심감독님의 영화에 대한 시각은 티라노의 발톱보다 딱히 나아진 게 없는 것 같다. 그게 나쁘다고는 전혀 생각하진 않는다. 순수하고 좋잖아? 하지만 나를 비롯한 관객들이 그렇게 순수하지 못하다는 게 문제지... 디워 얘기 나올 때마다 평론가들한테 비난의 화살이 발사된다. 하지만 평론가들이 충무로의 개들도 아니고 심형래를 굳이 까고싶어서 안달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명색이 "평.론.가"이신 분들이 아무리 점수를 주고 싶어도 "디워"의 내용을 보고 후한 점수를 줄 수가 없지 않겠는가? 그 양반들이 그래픽이나 오락성에 중심을 두었다면 진주만도 킹왕짱이라고 그랬겠지...

[2001년 개봉한 진주만은 평론가들에게 융단폭격을 받았지만 흥행에는 성공하였다]

자 결론은 간단하다. 디워는 CG는 킹왕짱이지만, 내용면에선 부실함이 있었다. 끝.
더이상 딱히 무슨 말을 할것인가, 디까나 디빠나 다 뭐라뭐라 해도 결국은 저 말인 것을... 이렇게 양면이 극단적인 오락영화에게 "좋은 영화인가? 나쁜 영화인가?"라는 이분법적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하면 비극이 시작되는 것 같다.

영화는 영화일 뿐 싸우지는 말자.

by 선리기연 | 2007/09/16 22:32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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